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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동네상점들

작성날짜 : 2010.06.14 10:05 

내가 사는 곳은 전형적인  주택밀집구역이다. 추운 겨울날이 아닌 계절엔 오후가 되면 골목에서 아이들 뛰어노는 소리가 들리고 노인분들과 동네 아주머니들께서 아이들 노는 모습을 즐기며 담소를 나누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는 아주 정겨운 곳이다.
그런만큼 이 동네주민들의 삶과 함께 하는 점포들이 마을입구부터 골목 곳곳에 이르기까기 필요에 따른 수만큼 자리잡고 있었다. 약국, 구제옷가게,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비디오가게,  통닭집, 세탁소, 피아노학원, 슈퍼마켓, 미용실, 철물점, 우유 및 건강 식품 배달영업소 등... 걸을 적마다 몇 미터를 넘지 않고 보일 정도로 경쟁 점포수가 많았다. 특히 슈퍼마켓이나 세탁소, 미용실, 비디오가게 같은 경우 어느 곳으로 가야 하나 고민을 하기도 하고 점포 간에 비교를 하면서 이용하기도 하지만 뜻하지 않게 어떤 점포를 들른 후  동종업의 다른 가게를 지날 적엔 은근 신경쓰이기도 했다. 그런데 7~8년 전부터 비디오가게가 없어지기 시작하고, 또 5년 전부터는 책방과 빨래방이 없어지기 시작하고... 세탁소가 줄어들고 슈퍼마켓이 줄어들고...  매번 골목에 들어설 때마다 느끼는 아쉬움에 적어본다.

동네엔 작은 비디오가게들이 미용실 수만큼이나 있었는데 어느날 생겨난 엄청난 평수의 영화마을체인점 앞에 하나씩 문을 닫고 사라져갔다. 그런데 영화마을마저도 VHS시장의 철수와 DVD의 불법복제 및 다운로드에 견디지 못하고  몇 년 전 없어졌다. 다른 영업의 이야기지만 이때에 십분 거리의 역 앞에 있는 비디오방들도 손님수가 줄어든 것으로 안다.  아무튼 폐점 앞에 쌓인 500~1000원짜리 비디오테잎들 속에서 먼지 먹은 채 침묵하고 있는 수작들 몇 편씩 득템하곤 했는데 이렇게 작은 비디오대여점포가 없어질 때 마찬가지로 자영업의 만화방이 사라져갔으며 만화책들은 기업형인 체인점식의 책방에서 일반 도서와 함께 대여되고 이 마저도 오프시장악화로 DVD대여업과 통합되었다. 이제 이 동네에 DVD, VHS대여와 만화책, 일반 도서를 대여하는 점포는 딱 하나 뿐이다. 하지만 영상출판물에 관련영업이 이미 온라인 및 모바일로 활황인점으로 생각하면 회의적인 수익률이 예측되어 안타까울 뿐이다. 과거 영상출판물대여업종들은 밥은 먹고 사는 정도로만 생각하고 큰 욕심 없이 점포 문을 여는 자영업이었으나 언젠가부터는 밥은 커녕 임대료도 안나오고 문화컨텐츠적 성격상 최신작을 선점하고 구비해야 하는게 필수이다보니 버티면 버틸수록 빚만 지게 되는, 자영업종에 있어 이제는 한물간 밥그릇이 되었다.


 

그리고 빨래방은 아예 사라진지 오래다. 쑥고개와 서울대고시촌을 이웃으로 두고 있는데도 말이다. 대신 기업형 세탁영업소인 크린토피아가 들어섰고 그 후 세탁소가 하나 둘 없어지고 있다. 이따금 옷을 챙겨 세탁소에 갔는데 갑자기 영업을 그만 둔 휑한 점포 앞에서 혹은 아예 이미 다른 영업집이 되어 있는 점포를 뒤로 하고 돌아오는 일, 오며가며 익숙한 점포가 정리되고 바뀌는 것을 보는 것이 섭섭하기 그지 없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이유도 들어오는 길에 엊그제까지 영업했던 집 골목 입구에 있는 세탁소가 정면을 뜯어내 텅 빈 채로 내 눈에 들어왔기에 그 충격과 안타깝고 서운한 마음을 달랠길 없어서이다. 3년 전 크린토피아가 들어 온 후 내가 알고 있는 정도에서만 보자면 집 뒷쪽 세탁소 3개가 없어졌고 앞 쪽에서도 3개가 없어졌다.  이제 시장쪽에 있는 모피와 구두수선까지 겸하는 조금 큰 세탁소 밖에 남지 않은 것 같다. 기업형영업에 자영업자들 죽어나는 게 싫지만 마냥 욕할 수는 없는 것이기에 웬만한 수선이나 드라이크리닝 등은 집 앞 세탁소로 가져갔었는데 결국은 이렇게 무너지는 광경을 보니 착잡했다.


처음 이사할 집을 보러 왔을 때, 너무 많아서 과연 수익이 얼마나 될까 의아해했던 슈퍼마켓들도 큰 평수의 할인마트가 몇 개 생기고 나니 80%는 사라지고 큰 골목 입구에나 하나씩 있을 정도인데  가깝게 이마트와 롯데마트가 생기고 나니 이젠 할인마트도 슬슬 위기가 오는지 품목이 줄어들거나 채소떨이위주로 영업하는가 하면 평수가 작아지거나 없어지기도 한다. 

고만고만만한 것들이 모인 곳에도 강자는 생기기 마련이고 강자도 혁신 앞에서는 세월의 뒷편으로 물려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안다. 그렇지만  공룡이 토끼동굴 안에 비축 된 풀까지 먹고 싶어 땅따먹기 놀이하자며 토끼마을로 발을 들여놓는 것을 보고 있는 상황에서는 다르다. 자기들의 파이를 더 키우겠다고 법인이라는 피도 눈물도 없는 것을 인격체로 내세우고 거대자본을 무기삼아 일반 개인자영업에게 덤벼드는 기업의 횡포와 패덕((悖德))에 결국 무너지는 것은 다름아닌 초원에 풀처럼 평범하게 존재해야 하는 일반 개인과 벤쳐의 희망과 가능성이기 때문이다.
이미 가질만큼 가진 대기업, 자본가들의 폭식성은 지칠 줄을 모른다. 단지 경쟁할 수 밖에 없어서일까? 그리고 그 식성을 채우지 못하면 마치 산송장이 되거나 혹은 심심한 나머지 우울증에 걸려 무기력하게 죽어가게 될 것이라 생각하는 것일까?   뭐든 돈이 될만하다 싶으면 어떤 술수라도 부려 빼앗고 점령한 다음 뽑아 먹을만큼 뽑아 먹어 더이상 돈이 나오지 않는 쭉정이들을 내뱉어 버린 후 다시 다른 먹잇감을 찾고....기업의 이러한 형태는 그야말로 자본주의가 병들어서 탄생한 에일리언이다.

 
과연 '공룡들의 마라톤의 끝'은 어디이고,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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